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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 글 <A000006> 까지의 이야기를 꽤 상세하게 하고, 날짜까지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조현병의 증상 중 수시로 기록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조현병과 관련된 첫 경험은 괴로워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행복해서 문제였다. 특히 기성용허영생과 관련된 경험은 너무 웃겼고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 또는 길에서 혼자 키득거리거나 큰 소리로 웃었던 적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경험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하게 만들었다. 병적인 행복도 행복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행복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 때문에 약을 끊겠다는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입원 후 환청과 환시, 망상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예 없어진 게 아니라서 하루에 1~2번 정도는 격리병동 CCTV를 향해 헛소리를 했으며, 무엇보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렸다. 몸이 갑자기 뻣뻣해져서 걸어다니기조차 어려웠으며 씹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 식사시간 밥먹을 때마다 남들보다 2~3배의 시간이 걸렸다. 가끔 침을 흘리거나 눈동자가 올라가서 흰자가 보였으며 격리병동에 있는 것만 아니면 당장 약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심지어는 삼성이 나의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보낸 것이라 생각했었다. 창의적으로 내가 격리병동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삼성의 지시가 있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내가 마음을 바꾼 것은, 격리병동에 있었던 환자들이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해도 의사들이 퇴원 시기를 늦추는 걸 보고 나서였다. 주위 사람들이 그런 걸 보고 나서부터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도 절대 티내지 않았고 최대한 조용하게 지냈으며, 병원에서 정해준 스케줄을 정확히 지켜서 인간미가 없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빨리 퇴원하고 싶다는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들보다 격리치료 받는 시간이 길었다. 남들이 퇴원하는 걸 보면 적어도 2010년 11월 3일(11월 3일은 가수 허영생의 생일이다) 이전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는데,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남들보다 약의 부작용이 심해서였던 듯 하다. 특히 정신적인 부작용보다 신체적인 부작용이 심각해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티내지 않고 지낼 수가 없었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내내 난 퇴원하면 당장 약 끊어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2010년 10월 23일 첫 휴가를 받아 집에서 1박 2일을 보내게 되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게 사실이라면 주위 상황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수상했다.

그때 인터넷으로 허영생과 기성용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허영생과 기성용의 상황은 그때보다 조금 나아져 있었다. 기성용 선수는 셀틱에서 출전기회를 얻기 시작했으며, 허영생은 새 소속사 B2M을 찾아서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의 변화를 바란 게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게 사실이라면 허영생과 기성용의 삶은 바뀌어도 훨씬 더 많이 바뀌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였는데, 그 병명이 정신분열증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당시 격리병동에서는 나의 증상이나 대처법은 커녕 병명조차 정확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소한 약을 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약을 끊는 것은 가수 허영생과 기성용 선수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정신병자로 사는 것 자체가 죽기보다 더 싫었다. 약을 먹어서 완치될 수 있다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릴때 나를 가르치던 특수반 선생님들은 지금도 나를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알고 있으며(아스퍼거증후군이지만 장애등록을 하지 않았다), 자폐 증상으로 인해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특수반을 다녔다. 특수반에서 일반반로 전향했지만, 내가 특수반이었다는 소식은 온동네에 다 퍼져서 각종 차별과 학교폭력을 당했으며, 알면서도 필기구 등의 물건을 빼앗기고 학교폭력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면 보복한다고 협박당했으며 이러한 일들에 대해 항의하지도 못했다. 성인이라면 어린이들보다 정신장애인 차별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또다시 차별받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했던 게 정말 다행이다. 어쨌든 약은 안먹는 것보단 먹는 게 훨씬 낫다. 조현병에 대한 의학지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약을 끊지 않은 계기가 되었다.



2015년 즈음 이후부터 조현병에 대한 의학지식을 수집하면서 내가 이렇게 결심하게 된 것이 정말 다행스럽다는 걸 확신했다. 그 전까지는 조현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음에도 허영생과 기성용(여기서 허영생과 기성용은 상징적인 의미고 실제로는 정신병자로 사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였다)을 생각하면서 약을 계속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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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gGu footprint 2019.06.22 1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한참 둘러 보았어요.
    조현병이라는 걸 몰라서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보고요.
    열심히 자기 자신을 보살피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앞을 향해 전진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2. 킴숀 KimShaun 2019.06.22 2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매번 댓글 달아주셔서 조아하자님 블로그에 찾아와 여러 글들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조현병이라니 걱정이 앞서네요.. 늘 힘내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3. luvholic 2019.06.22 2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펼쳐내는 능력이 있으시네요.
    치료 상황을 응원하겠습니다.^^

  4. 후미카와 2019.06.23 1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가까운 분도 같은 진단을 받으셨지요 심하진 않았지만 .
    힘든 상황을 글로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아하자 2019.06.23 1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까운 분이 조현병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현병은 자기 병을 인정하지 않고 약안먹는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피해주는 위험한 병이지만, 자기 병을 스스로 인정하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본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병입니다.

  5. 고코더 2019.06.23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유투브에서 조헌병 다큐도 찾아 봤는데
    더욱더 응원하게 되네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