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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관련 상황/비밀글 미리보기 (C~E, Z)

조현병이면 목표와 기대치를 더 낮춰라



난 책 <습관의 재발견>을 이미 읽었고, 이 책의 후속작인 <습관의 재발견 다이어트>를 읽고 있다. 이 책에는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조현병 환자는 나약하다. 비장애인도 나약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조현병 환자는 특히 더 나약하다. 조현병이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물론 조현병 환자도 비장애인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하지만 난 그런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제도적인 문제나 조현병을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게 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폴라이드 투표도 그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F000040> 참고) 조현병 환자도 노력만 하면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업계 특성상 밤샘근무가 필수고, 조현병 환자가 밤샘근무를 함부로 했다간 조현병이 재발한다. 이런 이유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조현병 환자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하긴 어렵다. 조현병 환자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없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못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업계 관행과 사회 구조 때문에 프로그래머를 못하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그 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자인데, 조현병이 재발할 정도로 야근, 주말근무, 밤샘근무를 강요당하고 그 이유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을 때 임금체불, 퇴직금체불을 당했다. 이런 경험담까지 이야기하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조현병 환자가 프로그래머로 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납득한다. 오프라인에서 이와 관련된 경험담을 다른 사람에게 몇번 말했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조현병 환자는 거의 모든 일을 할 능력이 되지만, 제도적인 문제와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못하는 일이 많다. 운전을 못하고 결혼과 아이양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직업을 가지는 데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조현병 환자들은 아무 이유 없이 최저임금 이하를 월급으로 받거나(참고 : 중증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것은 합법이지만 그에 합당한 이유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 4대보험이 안되는 등 회사에서 각종 위법한 대우를 받아도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그 회사를 쉽게 떠날 수가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유지나 경제적 독립마저 어렵다.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안되는 사람에게 결혼 등 다른 일들을 하라고 권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현병 환자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이런 각종 부당한 것들에도 불구하고 조현병 환자는 행복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가 개인적인 불행을 느끼고 사회에 불만을 느낀다면 스트레스 등으로 조현병의 증상에도 악영향을 주고, 극도로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그 우울이나 불행이 조현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이라고 해도 그런 감정을 조현병 환자가 가지는 건 개인과 사회에 해롭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는 목표와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일단 본인 자신이 약을 안먹고 자기 의지로 조현병의 증상을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조현병이라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니, 조현병이라도 할 수 있는 사소하고 작은 일들에 만족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감사하게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이는 내가 감사일기와 성공일기를 작성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책 <습관의 재발견> 같은 책은 조현병 환자에게 좋은 자기계발서다. 목표치를 낮춰서 아주 쉬운 일부터 꾸준히 해라. 쪽팔리더라도 남들에게 목표라고 말하면 비웃을 만한 것을 목표로 삼아라. 목표를 낮추는 것이 쪽팔린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려라. 본인이 조현병이고, 현실적으로 못하는 일이 많아서 남들보다 목표를 더 낮춰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해라.

나는 드물게 조현병 환자에게 맞는 좋은 자기계발서를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2018년 9월 13일, PM 9:0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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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 글과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조현병이면 남들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그 결과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은 그래서 <습관의 재발견>같은 책은 조현병 환자에게 더 필요하다. 남들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남들보다 더 낮은 목표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 익명 2021.12.16 17:5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조아하자 2021.12.16 19:07 신고

      증상을 묘사한 부분에서 조현병보다는 조울증이 의심되며, 의사가 조울증을 조현병으로 오인하여 약을 잘못 처방받아서 먹기 때문에 병이 재발하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진짜 조현병이라면 조현병 약을 꾸준히 먹는다는 전제하에 밤샘근무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조현병이 재발하지는 않습니다.
      조울증 환자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상담해도 도움은 안될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상담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병이 호전되면 자기가 뭐 되는 것마냥 열정이 넘친다" 라고 표현한 부분도 병이 호전된 게 아니라 병의 증상으로, 조울증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 익명 2021.12.17 10:1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조아하자 2021.12.17 12:57 신고

      사기업 면접인지 공무원 면접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무원면접이라면 조현병을 면접때는 얘기하지 않는 걸 권장드립니다. 제가 그랬다가 면접에서 계속 탈락했습니다.
      사실 조현병은 공무원 채용 관련 문서에서 사실상 문서화된 공무원의 결격사유입니다. 여기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제 글 중 '조현병이 공무원의 결격사유가 되는 이유'를 참고해 보세요.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자리에서 개인의 장애 유형은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조현병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게 저의 답변입니다.

      신체검사에서는 조현병을 밝혀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면 명백히 면접에서 탈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소송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바, 아직 이와 관련된 소송사례가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 BlogIcon 조아하자 2021.12.17 14:19 신고

      <조현병이 공무원의 결격사유가 되는 이유> https://zoahaza.net/1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