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관련 상황/비밀글 미리보기 (C~E)

나는 1시간에 916원 짜리인 사람입니다

조아하자 2022. 8. 4. 20:53

제목의 916원은 오타가 아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소개한 이유는 2022년 최저임금이 1시간에 9160원이기 때문이다.

조현병으로 정신장애인을 뽑고 싶어하는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최저임금보다 훨씬 조금 주는 일자리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는데

조현병이면 다른 장애유형보다 더 월급이 짜기 때문에, 실제로 장애인 최저임금적용제외 사업장에서는 조현병 환자에게 평균적으로 이 정도 시급으로 계산해서 조현병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고 직장을 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직장을 구하게 되면 착취당하기 십상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는 직장에서 접하는 일 말고도, 여러 사소한 일들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시간 vs 돈 둘 중 1개를 택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비장애인이 시간 vs 돈 중 돈을 써서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하는 일이더라도, 조현병인 사람은 내가 1시간에 916원짜리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 vs 돈 의 선택지가 있을 때 시간을 써서 돈을 아끼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현병 환자가 돈벌기는 상상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에, 돈은 거의 무조건 아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그 푼돈 아껴서 뭐해' 정도의 일이더라도, 그 돈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면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례로 나는 zoahaza.shop(내가 직접 구축한 무료나눔 쇼핑몰)에 https 보안 작업을 하는 데 약 35,000원이 들었다. 그리고 내 시간 2 시간 가량도 날아갔는데, 이 것을 1년에 1번은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것을 무료로 하게 되면, 갱신을 1년에 1번이 아니라 3개월에 1번 해야 한다. 그리고 호스팅 내부에서 지원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인증서를 가져와야 해서, 한번 작업할 때 시간도 2시간보다는 더 걸릴 것이다. 그래서 한번 갱신하는 데 3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 보자.

1시간에 9160원 값 하는 최저임금 버는 일반인이 무료로 외부 인증서를 가져오는 대신 호스팅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유료 인증서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9160원 + 3*3*9160원 = 91600원, 대략 내 시간급으로 환산했을 때 91,600원의 가치를 하는 서비스를 35,000원에 구매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 버는 일반인의 입장이라면 호스팅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https 보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물론 당신이 능력이 뛰어나서 최저임금보다 내 시간의 가치가 훨씬 더 크다면, 더더욱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를 돈내고서라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

그런데 조현병 있는 정신장애인, 나같은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1시간에 916원 짜리인 사람이므로, 대략 내 시간급으로 환산했을 때 9,160원의 가치를 하는 서비스를 35,000원에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본 것이다.

조현병이면 돈을 아끼기 위해 조금 더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내 노동력을 사용해야 한다.

조현병 환자가 돈벌기가 이토록 어렵다. 물론 이 전략도 한계가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은 24시간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로는 약을 꾸준히 먹는데도 조현병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원인이 되므로

조현병이면 과로하지 않게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들일 수 있는 노동력도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조현병이면 돈을 버는 것도, 돈 대신 시간을 들여서 뭔가를 성취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비장애인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이므로 이 정도면 조현병 환자는 상식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객관적인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내 앞에 놓인 현실이 이렇다면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블루오션을 찾을 생각을 해야 한다. 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노력을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성공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남의 성공을 도와주고 봉사하며 평생을 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2022. 8. 4. 20:4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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